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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한 얼굴에 눈, 코, 입이 실루엣으로 보인다. 극도로 단순화되고 평면적인 검은색 조각은 영혼의 발현을 목적으로 하는 고대 조각을 떠올리게도 한다. 원로 조각가 최종태(90)의 '새와 소녀' 작품이다. 1960년대 제작된 작품을 올해 다시 제작했다. 한국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시대 상황속에서 작업한 '새와 소녀'는 순수함에 대한 염원이 담겼다. 소녀의 손 위에 살포시 앉아 있는 새는 자유를 향한 인간의 염원을 상징하는 동시에 모든 이의 가슴 속에 평화와 사랑이 살아있음을 상기시킨다. 조각가 최종태는 '한국 현대조각의 거장'으로 불린다. 삶의 진리와 영원성을 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창작이라는 끊임없는 수행의 행위를 통해 진리에 도달하고자 했다." 어린 시절부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민주화 혁명 등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겪은 작가는 고난과 혼돈 속에서 삶을 영위해야만 하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성찰하게 되었고, 진리를 향한 구도의 길을 창작 행위와 함께 지속해 나갔다. 그는 괴테가 '파우스트'의 마지막에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고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정신을 높은 곳으로 이끄는 사랑과 인내, 수용 등을 여성적인 것으로 봤다. 여인과 소녀 상을 자신의 주요 모티프로 채택하여 일생을 인물상을 제작하는 데 천착했다.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오롯이 순수한 본질만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뉴시스] 박현주 | 2022.12.02
"우리가 선보인 출품작은 미술관급 수준의 작품들이다. 물론 매우 훌륭한 결과가 예상된다." 30일 크리스티 홍콩 20세기 및 21세기 이브닝 경매를 앞두고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재키호 크리스티 홍콩 부사장은 자신감과 자부심이 넘쳤다. 30대 초반의 앳된 모습과는 달리 그의 직함은 거창하다. 크리스티 아시아 태평양 20세기 및 21세기 미술 부서 이브닝 경매 헤드 및 부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경매도 진행하고 회사 전반을 관리하는 고위급 임원이다. 재키 호 부사장이 크리스티에 등장하면서 매출실적이 승승장구세다. 그가 부각된 건 지난해 3월 홍콩에서 선보인 '낙서 화가' 장 미쉘 바스키아(1960~1988)의 ‘Warrior(전사)’를 한화 약 472억(323,600,000 홍콩 달러)에 팔아치우면서다. 당시 바스키아의 '전사'는 역대 아시아 경매 시장에서 최고 낙찰가를 경신함과 동시에 재키 호의 이름도 빛이 났다. "낙찰됐을때 그때 기분은 물론 매우 좋았죠. 미술 시장은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건재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 미술과 거래 등은 지속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경험이었습니다."
[뉴시스] 박현주 | 2022.12.01
"지금도 모든 경매전에 매우 긴장됩니다. 손도 떨려요. 하지만 아드레날린 때문에 2시간 경매를 진행해도 절대 지치지 않습니다."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크리스티 홍콩 경매를 앞두고 만난 조지나 힐튼(GEORGINA HILTON)경매사는 우아했다. 30일 올해의 마지막 경매 하이라이트인 20/21세기 이브닝 경매를 진행한다. 힐튼은 크리스티에서 탑오브 탑 경매사로 꼽힌다. 아시아의 대표 경매사로서 홍콩, 런던, 뉴욕의 이브닝 경매 등 중요한 경매를 맡아 진행한다. 연단 위에서의 연극적인 진행 스타일로 유명하다. 2017년부터 경매사로 활동을 시작한 힐튼은 당시 크리스티의 최연소 경매사이자 업계에서는 몇 안 되는 소수의 여성 경매사 중 한 명으로 주목받았다. 경력 초기에 이미 전미 감정가 및 경매사 협회(National Association for Valuers and Auctioneers)가 선정한 올해의 초보 경매사 상(Novice Auctioneer of the Year)을 수여 받았고, 미술 전문 신문지인 더 아트 뉴스페이퍼에서는 크리스티 연단의 떠오르는 스타로 거론되기도 했다. 스타 경매사지만 경매봉만 잡지 않는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고전 미술 부서 헤드이며 해당 카테고리의 아시아 신규 및 기존 고객을 이끌고 개발하는 일을 담당한다. 2013년 크리스티 고객 서비스팀으로 합류하여, 2015년 고전 거장 미술 카테고리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팀으로 이전하며 고전 미술 부서의 스페셜리스트와 관계를 구축했다. 2019년 홍콩으로 기반을 옮겨 아시아 태평양의 마케팅 전략, 전략적 파트너쉽, 및 이벤트 부서 헤드를 역임하며 크리스티 경매를 국제적으로 홍보하는 창의적인 캠페인을 맡고 있다.
"2022년 상반기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 낙찰액은 39억1000만 홍콩달러(한화 약 6593억4330만 원)로 이미 2019년 상반기에 비해 46% 상승했습니다." 크리스티 홍콩의 올해 마지막 경매를 앞두고 있는 프랜시스 밸린 크리스티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 사장은 여유감이 넘쳤다. 11월 경매 최고 하이라이트인 이브닝 경매를 앞두고 29일 홍콩컨벤션 센터에서 만난 벨린 사장은 중국 고가구 등 고미술품이 100% 낙찰됐다며 상기된 모습이었다. 크리스티홍콩은 11월 경매에 한화 약 2040억 규모의 경매를 치룬다. 크리스티 홍콩은 그야말로 아시아 각국의 미술품 최대 격전지로 컬렉터들의 머니게임의 각축장이다. 28일부터 보석, 와인, 럭셔리, 고미술, 현대미술 등 총 5개 경매를 펼치며 올해 세계 미술 경매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30일 여는 하이라이트 경매인 이브닝 경매에는 중국 근대 미술을 대표하는 산유의 매화 (Potted Prunus)가 한화 약 144억~169억, 조안 미첼의 '무제(Untitled)'가 한화 약 135억~203억 원에 아시아 경매에서 최초로 선보인다. 또 조지콘도의 인위적인 사실주의 시리즈 작품이 54억 4896만 원, 아드리안 게니의 '퇴폐 미술(귀에 붕대를 감은 빈센트 반 고흐로서의 자화상)'이 한화 약 81억~115억 등이 이번 경매 대표작으로 선보였다. 한국작가 이성자의 '무제'가 한화 약 2억 2136만 원에 출품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벨린 사장은 "1년에 딱 2번 마스터피스(masterpiece) 작품들이 출품되기 때문에 이번 경매도 작품마다 최고가 경신이 기대된다"고 자신했다.
일상 풍경을 주로 그리는 서양화가 이만나의 개인전 '더 이상 거기에 없는 풍경'이 서울 인사동 선화랑(원혜경 대표)에서 내달 24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풍경 속에서 느끼는 낯선 경험의 순간들을 그만의 독특한 색채와 기법으로 그려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가시적이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물의 이면을 이끌어낸 작품들이다.
[뉴스1] 김정한 | 2022.11.29
고희(70세)를 맞은 민윤기 작가가 인간의 동선을 선과 형태로 표현한 개인전을 오는 12월6일 서울 서초동 아트스페이스 호서에서 선보인다. 민윤기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 히후 삼성그룹 등에서 디자인 분야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냈다. 이후 그는 응용미술에서의 활동하면서 느꼈던 순수미술에 대한 갈증을 융합작품에 집중했다. 이번 개인전은 고향인 땅끝마을 해남에서 열린 개인전과 중진 작가전을 마친 이후의 서울에서 열리는 첫번째 개인전이다. 희열이란 연작 제목을 제작한 작품들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사람들의 동적인 순간 등을 캔버스에 옮겨 담았다. 특히 인간의 동선에 작가 특유의 상상력을 더해 숨가뿐 동선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개인전과 관련한 제반사항및 예약은 지키미(gikimi.co.kr)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스1] 박정환 | 2022.11.29
경남 김해시는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조각가로 널리 알려진 김영원 작가가 작품 3점을 기증했다고 28일 밝혔다. 김영원 작가의 작품 중 ‘그림자의 그림자’ 시리즈 3점을 30일 김해문화의전당에서 공개한다. 그는 김해시 진영읍 소재 한얼 중·고등학교 출신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였으며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호암미술관 ‘오수’ 등을 조각해 우리나라 구상 조각계의 대표 작가이다. 작품 중 높이 5.2m ‘홀로서다’는 작품의 모든 면이 정면을 향한 모습으로 작품이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화두를 던지고 있다. 김해문화의전당 출입로에 설치되어 작품을 감상하는 이에 따라 다채로운 해석으로 감상의 재미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꽃이 피다’는 2013년 이탈리아 파도바시 초청 전시 작품으로 중앙을 향해 수 차례 꽃이 피는 형상처럼 포개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다. ‘바라보다’는 LED를 활용해 복제에 의해 무한 증식하는 형상을 하고 있는 작품으로 첨단기술이 함께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탈리아 파도바시 초청작 등 세계적인 작품을 김해에서 누구나, 언제든지 볼 수 있게 됐다. 김영원 작가는 홍태용 시장이 취임후 ‘쉽게 접하는 도시 문화인프라 확충’ 정책에 공감해 작품을 무상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시는 김영원 작가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문화·예술이 꽃피는 김해시를 위해 협업해 나가기로 했다. 홍태용 김해시장은 “지역 문화 활력을 돋울 수 있게 일조해주신 김영원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이번 작품 설치가 김해시민을 넘어 모든 국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문화로 일상의 행복이 넘치는 김해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김상우 | 2022.11.29
"삶에 새로운 빛을 비추는 일은 조용히 일어난다." 제주비엔날레에 무지개가 떴다. 존폐의 갈림길에서 5년 만에 살아나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 제1회 개최 이후 졸속 추진, 내부 갈등 논란 진통 속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추진 도중 무산됐다. 제주비엔날레는 기형적이다. 타비엔날레와 달리 독립된 조직위원회도 없다. 주최하는 제주도립미술관은 인력과 예산문제로 버겁다. 미술인·도민 등 투표까지 실시해 폐지 위기를 딛고 살아났다. 올해는 18.5억이 투입됐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던가. 제3회로 다시 시작된 제주비엔날레는 예상 밖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대한민국 비엔날레 풍년(16개)속 "비엔날레의 답을 제주에서 찾았다"는 호평도 나왔다. 예술감독 인맥 자랑이거나 작가들의 잔치, 난해하고 허세 들린 미술행사라는 메아리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16일 개막한 16개국 55명(팀)의 작가의 165점이 제주 땅 6곳에 펼쳐졌다. 주제관은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현대미술관 2곳, 위성 전시관은 제주국제평화센터, 삼성혈, 가파도 AiR, 미술관옆집 제주 4곳이다.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Flowing Moon, Embracing Land)'을 주제로 뭉친 작가들은 제주의 신화와 신비, 자연 생명력에 대한 경외감을 전한다. 1박2일 코스로 관람한 현장은 작지만 알차다. 지역서 여는 '국제 비엔날레 정체성'을 찾은 분위기다. 자연과 공생한 박남희(52)예술감독의 영리한 전략이 통했다.
[뉴시스] 박현주 | 2022.11.28
"한국 예술가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거 같아요."(방탄소년단 RM, 미국 뉴욕 타임스(NYT)와 인터뷰 중)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RM(28·김남준)이 첫 공식 솔로 앨범 '인디고(Indigo)'에서 음악 외 다양한 장르와 협업했다. RM이 24일 공개한 '인디고(Indigo)' 콘셉트 포토 속 벽면에 걸린 그림은 그가 평소 존경하는 고(故) 윤형근(1928~2007) 화백의 작품 '청색'이다. RM은 청색 계열인 데님으로 멋을 내고 그림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RM은 이번 앨범에서 음악과 미술을 잇는 '경계를 초월한' 예술의 협업을 일궜다"고 소개했다. '한국 단색화의 거목(巨木)'이라 불리는 윤형근은 '한국 근현대사의 증인'으로 통한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유신체제 등 굵직한 한국 정치·사회 변혁기를 몸소 겪고 거기서 파생된 치열한 고민을 작품에 녹여냈다. 청색(Ultramarin)과 다색(Umber) 안료를 섞어 만든 오묘한 색으로 극도의 단순함을 추구하는 그는 한국적인 정신·색을 그려냈다는 평을 듣는다.
[뉴시스] 이재훈 | 2022.11.25
"우리 주변 모든 것이 놀이다." 식빵은 강아지가 되고 빨랫줄엔 소가 걸린다. 모래사장에 들어간 발가락에는 비키니 여인이 편안하게 눕기도한다. 우리가 잠깐 낙서처럼 했던 놀이를 누군가는 예술로 만든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작가 헬가 스텐첼이다. '집 안의 초현실주의'(Household Surrealism)'로 떴다. 일상의 사물에 재기발랄함을 담아 풍부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양상추로 만든 강아지, 계란으로 만든 방울 토마토, 아이스크림위에 올라온 고양이 등 보는 순간 절로 웃음 짓게 하는 위트가 넘친다. 대표작인 빨랫줄에 걸린 소, 얼룩말, 새 시리즈도 생활속에서 나왔다. 2020년 여름, 부모님 집에서 옷을 말리기 위해 빨랫줄에 널고 있던 헬가는 맨투맨 티셔츠에서 말의 형상을 발견했다. 여기에 수건과 빨래집게를 추가하자, 그림이 됐다. 빨랫줄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페가수스(peg-asus)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인스타에 공개된 활기 넘치는 말 한 마리는 그야말로 '좋아요' 대박이 됐다. 2020년 영국 '올해의 푸드아트 크리에이터' 상을 받았다.
[뉴시스] 박현주 | 2022.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