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를 통해 내적 자유로움을 느끼길 바란다."
키키 스미스(68). 경쾌하게 발음되는 이름과 달리 그의 작업은 저항적이고 도발적이다. 독일 태생인 미국 작가다. 1980년대 인체 내 장기를 묘사한 작품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가정폭력, 임신중절, 에이즈 등 신체를 둘러싼 80년대 미국의 정치·사회적 이슈를 온 몸으로 받아쳤다. 1990년대에 제작한 인물의 전신상들은 인물의 이상화된 표현이 특징적인 기존의 조각 전통과는 거리를 뒀다. 배설, 생리 등 파격적인 이른바 엽기미술인 '애브젝트(abject)' 미학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달라진다. 과격하고 도발적이던 이전 시기 작품과는 달리 서정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띄며 전환점을 맞이했다. 다양한 배경의 종교, 신화, 문학에서 도상을 취하여 새로운 내러티브를 직조하는가 하면, 인간을 넘어 동물과 자연, 우주 등 우리 주변의 크고 작은 모든 것을 소재로 삼으면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조각, 설치, 판화, 드로잉,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구상미술의 영역에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뉴시스] 박현주 | 2022.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