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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화랑미술제에서 주목받은 김은진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소공로 금산갤러리에서 7일 개막했다. 검은색 평면 위에 한땀 한땀 자개를 붙여 오묘한 빛을 발산하는 '만화 같은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어둠과 빛의 신비로운 음양의 조합으로 깊이를 만들어내는 노동집약인 작품'으로 호평 받았다. 이번 전시는 '선명한 찰나'를 주제로 세 개의 파트로 나뉘어 선보인다. 현재 존재하는 것들, 순간이지만 영원에 대한 것들에 대한 서사를 풀어낸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6.07
사랑이 담긴 눈은 별처럼 반짝반짝한다. 아이가 그린 듯 동화 같은 그림을 그려내는 작가 이사라의 '원더랜드(wonderland)’가 7일부터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 펼쳐진다. ‘동심(童心)’으로 모두가 행복하고 호기심 가득한 꿈의 세계인 동시에 작가의 순수한 마음이 발현되는 공간이다. '블링블링'한 소녀는 소꿉놀이 하던 어린 시절 향수를 자아낸다. 만화 같은 작품은 요즘 시대 인기다. TV 드라마에 등장하고 기업과 협업을 통해 '원더랜드' 소녀들이 '셀럽'처럼 자리잡고 있다. 쉽게 그린 듯하지만 정교하고 탄탄해 보이는 내공이 있다. 건축재료 등 여러 재료를 섞어 10번 이상 바르고 밑 작업의 사포질을 반복했다.아크릴 물감을 얇게 여러 번 덧바르는 과정을 통해 극히 평면적이면서도 밀도 높은 여러 층의 레이어를 쌓았다. 이후 작은 칼날로 긁어내어 하얀 선을 만들고 무수한 반복을 거쳐 패턴화시켰다. "오랜 시간을 들여서 선 하나하나 긁어내는 과정은 일종의 수행과도 같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의 행운을 빌어주는 의식과도 같다." 이번 전시에는 'What Happened in The Wonderland'라는 새로운 서사가 열린다. 작가가 밤 바다를 걸으며 느낀 감정들이 영감이 되었다고 한다. 환상이 가득한 눈동자의 소년과 소녀, 몬스터들이 등장하고 밤하늘의 별과 달들은 밝게 빛나며, 화사하게 흩날리는 장미꽃들은 더욱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6.06
고양이 천국이 따로 없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가 사랑으로 물들었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고양이들의 눈빛이 맑고 순정하다. 우와~귀엽다 예쁘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한국화가 이정은의 반려동물 ‘솔라’(노란 고양이)와 ‘시도’(검은 고양이)다. '함께 맞는 여섯 번째 봄' 작품은 그야말로 사랑스럽다. 교감하는 표정이 압권인 고양이들의 모질과 투명한 눈동자, 하얀 수염 하나하나까지 실제처럼 그려낸 '집사 화가'의 착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동양화 전통 기법을 계승한 이정은 개인전 '동거, 동락(Life Together)'전이 7일부터 열린다. 이화익갤러리와 의리를 지키는 작가다. 2017년 사진작가 구성수와 함께한 전시를 시작으로 2019년 '열매 맺는 계절' 개인전을 성황리에 개최한 바 있다. 현대적인 '책가도' 작가로 알려져 KIAF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번 전시는 2021년 선배이자 어머니인 동양화가 노숙자 화백과 함께한 '가까이 오래'전시 이후 3년 만에 펼친 개인전이다.
흰 색 캔버스가 걸린 전시장, '단색화'전은 아니다. 덴마크 출신 3인조 작가그룹 수퍼플렉스(SUPERFLEX)의 'Chips'라는 작품으로, 모두 흰 색으로 칠해졌지만 K 단색화처럼 정신이 담긴 것이 아닌, 지배적인 경제학의 논리가 담겼다. “세계의 종말보다 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기 더 어려운 세상이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6.05
"김기린 작품은 색으로 써진 시(詩)다" 4일 오전 서울 삼청동 현대화랑에서 열린 단색화가 김기린(1936~2021)작품을 프랑스 평론가가 설명하는 이례적인 간담회가 열렸다. 2021년 별세한 후 첫 전시이자 현대화랑서 8년 만에 선보인 김기린 개인전 타이틀 '무언의 영역(Undeclared Fields)'. 평론가 사이먼 몰리가 쓴 에세이 '무언의 메시지(Undeclared Messages)'에서 차용한 제목이다. 김기린의 검은 그림 앞에서 사이먼 몰리는 "아무것도 없네? 이게 무슨 그림일까 할 수 있다. 이는 정확하게 의미가 표현이 안됐기 때문인데 그 이면에 뭐가 있다는 것을 다 느낄 수 있다. 김기린 작품은 무언가 메시지가 있다고 느껴지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색과 흔적만 남은 질감만 있는 작품. 그렇다면 그는 무엇을 그린 것일까? 그는 "김기린 작품은 이름 없는 이름을 말하는 것 같다"며 "일종의 메시지를 쓰는 과정"이라고 봤다. "점의 패턴이 손가락 지문을 연상시키고 비밀 코드가 입력된 것 같은 인상이 있다"는 사이먼 몰리는 김기린의 회화를 '도가사상'과 연결했다. "(김기린은)진짜 존재에 대한 진실을 과연 우리가 쓰고 있는 언어가 표현할 수 있을까 회의가 있었다. 그래서 작가가 생각한 유일한 방법은 부정하는 것 부재 하는 것. 그것만이 진짜 존재에 대한 진실을 보여 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사이먼 몰리는 모노크롬 작업에 관심이 많아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 정상화 회고전과 아그네스 마틴 등의 평론을 자주 쓴 평론가로, 그는 "김기린의 작업은 단색조 작가들 달리 무언가 다르다고 느꼈다"고 했다. 김기린의 1970년대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흑단색화’(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김기린 작품은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일종의 문 같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진짜 진실은 쓰여질 수 없다. 모든 진리는 정확하게 이름이 없지 않나. 김기린 작품은 그것과 연결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양인 평론가의 개념적이고 진지한 설명이 더욱 작품을 난해하게 하지만 동양인이라면 다 느낀다. 정신적 자유의 경지인 '몰아일체', 수행 속에 나온 명상적인 작품이라는 것을.
[뉴시스] 박현주 | 2024.06.04
"비누는 천사다." '비누 작가' 신미경(56)은 비누에 무한 사랑과 감동을 담았다.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 황홀함을 전한다. 4일부터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어린이갤러리에서 펼치는 이번 전시를 위해 신미경 작가는 100여 점을 새롭게 제작했다. 30여 년간 비누를 조각 재료로 사용해온 작가는 이번엔 비누에서 천사를 탄생시켰다. '엔젤 시리즈'와 '페인팅 시리즈', '세 천사: 향유 드로잉 시리즈'는 비누의 무한 변신에 절로 탄성이 난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6.03
"풍경화, 너무 낭만적으로 쳐다보지 말라" 디스토피아 영화 같은 화면은 쓰레기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이다. 그림은 섬세하고 적나라하다. 버려진 가구, 램프, 책, 오래된 타이어와 드럼통, 용기, 기계, 옷, 그리고 독성의 폐기물을 땅이나 개울로 흘러 보내는 수도관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초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려졌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덤불과 나무 사이에 자리 잡은 쓰레기 더미에 홀로 남겨진 부엉이, 개구리, 너구리, 곤충들이, 그 모든 것들 위에 군림하고 있는듯한 모습이다. 한국 첫 개인전에 선보인 독일 베를린 젊은 작가 프릿츠 본슈틱(Fritz Bornstück)의 작품이다. 독일과 한국의 현대미술을 잇는 서울 삼청동 초이앤초이 갤러리 서울에서 펼친 본슈틱의 ‘Pink’s Not Red’(분홍색은 빨강색이 아니다)전은 '자연계가 인간계에 전하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6.01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요셉 보이스(1921∼1986)가 서울에서 다시 살아났다. '미국 팝아트 황제' 앤디 워홀(1928∼1987)이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부활한 보이스는 앤디워홀의 존재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갤러리에서 29일 개막한 '앤디 워홀 개인전'은 펠트 중절모에 낚시 조끼 차림의 보이스 초상 연작을 전시한다. 갤러리 측은 "워홀과 보이스의 역사적인 초기 만남을 재조명한다"며 "보이스의 초상화를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는 것은 1980년대 이후 처음 기획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요셉 보이스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플럭서스(Fluxus·전위예술 운동)운동을 펼친 작가로, 백남준 첫 개인전에 도끼를 들고 나타나 전시 중인 피아노 한 대를 부숴버린 일화가 유명하다. 이번에 공개된 워홀과 보이스의 44년 전 빛바랜 사진도 작품처럼 보인다. 1980년 이탈리아 나폴리 사자 조각상 앞에서 손을 맞잡고 찍은 두 사람이 모습이 흥미롭다. 진지한 표정의 보이스와 달리 사자상 입에 손을 넣고 찍은 워홀의 장난기가 보인다. 당시 유럽과 미국에서 최고 절정기를 이룬 두 사람은 7살 차이로 보이스가 죽은 뒤 1년 만에 워홀도 세상을 떠났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5.30
“현대적이지 않지만 영원성을 간직하고 있는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다.” 독일 사진 작가 칸디다 회퍼(80)는 '세계적인 사진 작가'로 불린다. 미술 컬렉터들의 '잇템(it item)'으로 소장품 목록에 꼽힌다. 유럽의 클래식한 도서관, 박물관, 공연장 내부를 유려하게 담아내 회화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프랑스 국립도서관,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 스톡홀름 근대미술관,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마이애미 루벨 패밀리 컬렉션, 취리히 프리드리히 크리스찬 플릭 재단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 갤러리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한국에 알려진 건 국제갤러리가 한몫했다. 국내외 각종 아트페어에 칸디다 회퍼의 사진을 꾸준히 소개해 처음 봐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5.24
추락하고, 고함 지르고, 키스를 나누는 인물들이 혼란하지만 이상하게 고요함의 미학이 있다. “의미심장한, 곧 일어날 듯한, 욕망과 불안이 혼재된 무언가가 도사리는 무성 영화를 떠오르게 한다.” '삶을 영화로 만드는 사진가'로 지난해 롯데뮤지엄에서 선보여 화제가 된 미국 사진작가 알렉스 프레거(43)의 사진전이 다시 서울에 왔다. 이태원 리만머핀 서울에서 개인전을 연 프레거는 '웨스턴 메카닉스'를 타이틀로 한 폭의 고전 역사화같은 신작 사진을 선보인다. 전시 타이틀과 같은 제목의 작품은 테오도르 제리코의 회화 '메두사호의 뗏목 The Raft of the Medusa'(1818~19)이나 외젠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Liberty Leading the People'(1830)과 흡사한 여러 인체가 얽힌 역동적 구도를 묘사했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