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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은 넓은 유화 물감 붓으로 하면 그리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동양화에서 쓰는 아주 끝이 가는 세필을 썼는데, 천에 세필이 닿으면서 오는 묘한 감각이 있더라고요.” 성곡미술관에서 연 김홍주(79)드로잉전은 회화를 드로잉의 관점에서 바라본 전시다. 드로잉은 지난 수 세기 동안 숯, 흑연 등을 종이 위에 그으며 시각적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가장 단순하고 효율적인 그리기 수단이었다. 특히 드로잉의 전통적 역할은 본 회화 작업을 위한 스케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드로잉은 종이 표면에 그려진 선들과 그리는 사람의 감각을 즉시 이미지로 옮길 수 있는, 아이디어에 대한 작가의 자유분방한 정신이 투영된 즉흥적 미완성의 회화라고 할 수 있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4.11
악기 가게라고 스치듯 지나가다 다시 돌아보게 한다. 뭐지? 분명 드럼인데 이상하다. 두 개가 붙은 듯 한데 드럼 채도 공중에 떠 있다. 자갈로 덮인 바닥 위에 놓인 작은 드럼과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또 다른 작은 드럼이 거울에 비추듯 대칭을 이루는 게 독특하다. "두 개의 작은 북으로 이루어진 사운드 설치 작품(In-Between the Doldrums (Pac-Man))입니다." 서울 이태원 에스더쉬퍼 서울은 "특수 제작한 작은 북 안에는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어 가청음에 해당하는 고음역과 중음역의 소리와 북 표피에 진동을 일으켜 북채가 튕기며 소리를 내게 하는 저음 주파수를 재생한다"면서 "기계적 미학을 지니고 있지만 한편으로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한국에서 처음 개인전을 여는 알바니아 티라나에서 온 안리 살라(50)의 설치 작품이다. 혼자 움직이는 북 채를 통해 뜻밖의 교감을 강조하면서 새롭게 제작한 프레스코화와 조각의 연결고리로 이번 전시의 주제를 관통한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4.10
'어둠의 깊이 마음의 깊이'가 느껴지는 그림이다. 서울 삼청동 갤러리진선에서 오는 25일부터 화가 김춘재 개인전을 개최한다. 어둠과 짙푸름이 공존하는 대형 풍경회화를 포함한 신작 10점을 선보인다. 김춘재 작가는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했지만 서양 매체인 유화로 작업한다. 동양화에서 주로 사용되는 구도와 기법을 서양의 재료를 사용, 동서양의 독특한 조합이 묘한 미감을 자아낸다.
'니들이 전기톱 맛을 알어?' 전기톱을 든 '할머니 조각가'가 현재 미술 세상을 접수하고 있다. 일명 '전기톱 조각가.' 공포 영화 제목 같지만 실제 상황이다. 아르헨티나에서 40년 간 나무를 썰었다. 아흔 살이 된 올해도 여전히 전기톱을 들고 썰고 다닌다. "나이? 그런 걸 왜 생각해? 나이가 들어서 못한다? 그런 것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구순에 어느 해보다 '화양연화(花樣年華)'를 맞은 조각가 김윤신은 걸크러쉬 매력을 뽐냈다. "한국에 오니까 주변에서 그 나이에 일을 하다니, 저렇게 무거운 톱을 들다니, 그래요. 듣고 보니 새삼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었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나는 나이 상관없이 그냥 작업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열심히 작업하다가 딱 가는 거, 그게 내 소원이에요. 허허.”
[뉴시스] 박현주 | 2024.03.23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Beauty is a Ready-made)." 빌딩 상호명 처럼 전광판 영문자로 시작되는 전시인지 아닌지 헛갈리는 전시가 서울 청담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다. 22일 개막하는 프랑스 아티스트 클레어 퐁텐(Claire Fontaine)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다. 전시 타이틀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가 보여주듯 클레어 퐁텐의 작품은 이미 존재하는 시각적 양식을 가져다 쓴다. 현대 미술사의 새로운 장을 연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후예 자부하는 이들은 이미 존재하는 오브제와 예술작품을 차용하고 그에 실존적 사용가치를 부여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명품 중의 명품 회사 에르메스 매장 건물에서 펼쳐 단순한 작품인데도 '있어빌리티'한 미학의 아우라를 전한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3.22
쌍둥이도 아닌데 마치 쌍둥이처럼 보이는 영국 대표 할아버지 작가 '길버트와 조지' 개인전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20일 개막했다. 1967년 영국 런던의 세인트 마틴에서 만나 작품 활동을 같이하는 길버트와 조지는 동성애 작가로도 유명하다. 둘은 '미술이 어려울 필요가 없다'며 스스로 작품이 됐다. 1971년 양복을 입고 조각처럼 퍼포먼스한 ‘노래하는 조각’으로 유명세를 얻은 후 '살아있는 조각'으로 불리기도 한다. 길버트와 조지는 1997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며 한국에도 알려졌다. "우리는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삶에서 직면하는 모든 것들이 화면 속에 담겨 있다. 우리의 내면에 있는 일련의 주제들은 아주 보편적인 사고의 일부이다. 죽음, 희망, 삶, 두려움, 섹스, 돈, 인종, 종교, 더러움, 나체, 인간, 세계 등 세상 모든 사람의 생각과 감정인 것이다."(길버트와 조지)
[뉴시스] 박현주 | 2024.03.21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화이트 큐브 서울은 브라질 예술계의 선구자 리지아 파페(Lygia Pape,1927~2004)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을 개최한다. 리지아 파페는 국내에서는 낯선 작가지만 브라질의 신(新)구체주의 운동(Brazilian Neo-Concrete Art)을 일으킨 라틴아메리카 컨템포러리 아트의 선구자로 평가 받고 있다. '구체미술'은 상징적 의미가 철저히 배제된 선, 색채, 평면으로 이루어진 기하학적이며 추상적인 구성이 특징이다.
금박의 능선이 겹쳐진 이 작품 안에는 알고 보면 핑크 플로이드, 닐 영, 데이빗 보위 등 옛날 팝송이 흐른다. 배영환 작가의 신작 'Mindscapes'은 뇌파 데이터로 만들어졌다. 작가가 청년시절 청계천 노점상에서 불법 복제품으로 처음 접한 노래들을 자신이 기타로 직접 연주하며 수집한 뇌파 데이터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뇌파 데이터는 3차원의 부조로 변환되어 ‘심상’ 즉, 마음 속의 형상이라는 산수화로 탈바꿈됐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3.20
국제갤러리는 '땡땡이 화가' 김용익 개인전 '아련하고 희미한 유토피아'전을 15일 개막했다. 2018년 이후 6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으로, 부산점과 서울 한옥 공간에서 동시에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최근 천착하는 ‘물감 소진 프로젝트’를 첫 공개하는 자리다. 2016년부터 최근까지의 근작 60여 점(부산점 19점, 서울 한옥 40여 점)을 소개한 다. 김용익은 2018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물감 소진 프로젝트(Exhausting Project)’라는 제목의 새 연작을 시작했다. 작가에게 남아있는 물감, 색연필 등 회구(繪具)들을 그의 여생에 걸쳐 모두 소진(消盡)하는 프로젝트다. 남아있는 회구를 색깔별로 골고루 쓰기 위해 화폭을 잘게 나누어 작업한 결과, 작품은 기하학적 도형의 모양을 띈다. 이는 그동안 김 화백이 예술가로서 평생 추구해온 ‘저엔트로피(low entropy)적인’ 삶의 방식과 맞닿아 있다. 미술재료들을 최대한 오래 사용하고자 아껴 쓰기 때문에 작품은 다소 거친 질감으로 나타난다. 회화 표면을 이루는 물감의 두께가 얇아 흐릿하거나 균일해 보이고, 때로는 붓터치가 그대로 드러나 가볍게 보이기도 한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3.15
“내 작업은 그래피티에서 출발했고 나는 거리에서 배웠습니다." 프랑스-베트남 출신의 그래피티 작가 시릴 콩고(54)가 한국에서 처음 개인전을 연다. 서울 성북구 뮤지엄웨이브 초대로 펼친 전시는 '그래피티의 연금술사'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프랑스 바뇰레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그라피티 축제 ‘코스모폴리트(Kosmopolite)’의 창립자다. 거리미술가로 파리, 중국 홍콩, 멕시코 과달루페 등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다 유명세를 탄 건 2011년 홍콩에서다.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다 에르메스 관계자의 눈에 띄면서 인생 역전했다.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를 만든 이후 리처드 밀, 샤넬 등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과도 협업했고, 에어버스, 마세라티 등과도 특별한 작업을 선보이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3.14